회사에서 "정리가 필요하니 사직서를 써 달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서명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사업주 쪽에서는 서로 얼굴 붉히지 않으려고 권고사직으로 정리했는데 몇 달 뒤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받는 일이 있습니다.
권고사직은 법에 정의된 제도가 아닙니다. 회사가 그만둘 것을 권하고 근로자가 받아들여 근로관계를 끝내는 합의입니다. 그래서 사직서에 서명하는 순간 자진 퇴사로 정리되는 것이 원칙이고, 나중에 "사실은 어쩔 수 없었다"고 뒤집으려면 그 사정을 근로자가 증명해야 합니다. 조건을 조정하고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시점은 서명하기 전뿐입니다.
서명 전에 확인할 것
권고사직 제안을 받았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답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할 시간을 요청하고, 아래 내용을 확인한 뒤 합의서에 남기세요.
| 확인할 것 | 왜 중요한가 |
|---|---|
| 퇴직일 | 퇴직일에 따라 연차 정산, 4대보험 상실일, 다음 직장 입사 일정이 달라집니다 |
| 위로금 금액과 지급 시기 | 구두 약속만 남으면 다투기 어렵습니다. 금액·지급일·지급 방법을 적으세요 |
| 남은 연차수당·퇴직금 정산 | 위로금과 별개로 지급되어야 하는 돈입니다 |
| 이직확인서에 적힐 이직 사유 | 실업급여 수급과 직결됩니다. 경영상 필요에 따른 권고사직인지 확인하세요 |
| 사직 사유 문구 | "개인 사정"으로 적히면 회사 권유로 그만둔 사실이 남지 않습니다 |
| 잔여 업무·인수인계 범위 | 퇴직일 이후 연락과 책임 범위를 미리 정리해 두세요 |
거부해도 됩니다. 권고사직은 합의여서 근로자가 응하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거부한 뒤 회사가 해고를 통보한다면 그때는 해고의 정당한 이유(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와 해고사유·해고시기의 서면통지(같은 법 제27조) 요건을 갖췄는지가 문제가 되고, 이는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는 영역입니다.
예외적으로 해고로 보는 경우
사직서를 냈다면 자진 퇴사로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근로자에게 사실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 합의로 볼 수는 없어서, 법원은 예외적으로 이를 해고로 판단합니다. 여러 직원에게 한꺼번에 사직서를 받아 두었다가 일부만 수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회사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관계를 끝낸 것이어서 해고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93누16185).
권유와 강요를 가르는 하나의 문장은 없습니다. 대법원은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퇴직을 권유한 방법과 강도, 횟수, 사직서 제출을 거부했을 때 예상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직서의 기재 내용과 회사의 관행, 사직서를 낸 전후의 근로자의 태도, 위로금 같은 경제적 이익을 주었는지를 함께 보아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6다255910).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살펴보는 것 | 자발적 사직에 가까운 모습 | 실질적 해고에 가까운 모습 |
|---|---|---|
| 권유 방법과 횟수 | 한두 차례 면담, 생각할 시간을 줌 | 같은 날 여러 차례 불러 그 자리에서 서명 요구 |
| 거부했을 때의 예고 | 거부해도 계속 근무 | 거부하면 징계·고소하겠다는 말, 실제 대기발령·보직해임 |
| 사직서의 모양 | 근로자가 사유와 날짜를 직접 작성 | 회사가 만든 양식에 서명만, 사유 칸이 비어 있거나 회사가 기재 |
| 조건 협의 | 위로금·퇴직일을 협의하고 합의서를 작성 | 아무 조건 없이 서명만 받고 당일 퇴사 처리 |
| 퇴사 전후 정황 | 퇴직 전 이직 준비, 인수인계 자발적 진행 | 계속 일할 의사를 밝힌 기록, 짐을 남겨 둔 채 출입 차단 |
특히 사직 권유를 거부한 뒤에 불이익이 따라온 경우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직 종용에 응하지 않은 근로자의 보직을 해임하고 대기발령을 해, 근로자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을 만든 사안에서 그 사직을 자발적인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대법원 2005다38270). 회사가 해고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더라도,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끝내겠다는 확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면 해고로 판단한다는 것이 최근 판례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22두57695).
다만 이런 판단을 받으려면 표의 오른쪽에 해당하는 사정이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사직서만 남고 당시 정황을 보여 줄 자료가 없다면 결과를 뒤집기 어렵습니다.
마음이 바뀌었다면 언제까지 되돌릴 수 있나
사직서를 낸 뒤 며칠 만에 후회하는 분이 많습니다. 철회가 되는지는 그 사직서의 성격에 달려 있습니다.
| 사직서의 성격 | 철회 가능 시점 | 근거 |
|---|---|---|
| 회사가 수리해야 퇴직이 확정되는 형태 — 명예퇴직 신청 | 회사가 승낙하기 전까지 철회 가능 | 대법원 2002다11458 |
| 회사가 수리해야 퇴직이 확정되는 형태 — 사직원 제출 | 회사가 승낙하기 전까지 철회 가능 | 대법원 91다43138 |
| 특정일에 그만두겠다는 통보에 가까운 사직 | 회사에 도달한 뒤에는 회사가 동의해야 철회 | 대법원 99두8657 |
승낙 전이라고 해서 언제나 철회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철회가 회사에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철회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두 성격이 섞여 있는 경우도 많아 사직서 문구와 회사의 처리 절차를 함께 봐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진다는 점입니다. 생각이 바뀌었다면 말로만 전하지 말고 문자나 메일처럼 남는 방법으로, 사직 의사를 거두겠다는 뜻을 바로 알리세요.
구제신청은 3개월 안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직이 실질적 해고였다고 다투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합니다. 기간은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입니다(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해고통지서가 있는 사건은 통지서에 적힌 해고일부터 세되, 적힌 해고일이 통지서를 받은 날보다 앞서면 받은 날부터 셉니다(노동위원회규칙 제40조 제1호). 사직서를 낸 사안은 기준일을 정한 규정이 없어 실제로 근로관계가 끝난 퇴직일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사안에 따라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을 통보받은 날 등으로 달리 판단될 수 있습니다. 다투는 시점이 3개월에 가깝다면 이 부분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단계 | 기한 | 근거 |
|---|---|---|
|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 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
| 심문회의 | 사건 접수일부터 60일 이내(연장 가능) | 노동위원회규칙 제51조 |
| 재심 신청 | 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10일 | 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
| 행정소송 | 재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 근로기준법 제31조 제2항 |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복직 대신 돈으로 받는 길도 있습니다. 근로자가 원직복직을 원하지 않으면 노동위원회는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지급하라고 명할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30조 제3항). 이 신청은 심문회의 개최일을 통보받기 전까지 해야 합니다.
한 가지 중요한 제약이 있습니다. 상시 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한 규정(제23조 제1항)과 구제신청 규정(제28조)이 적용되지 않습니다(근로기준법 제11조, 같은 법 시행령 별표 1). 이 경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할 수 없고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합니다. 다만 해고예고(제26조)와, 요양·산전후 휴업 기간 중 해고를 금지한 규정(제23조 제2항)은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기록으로 남겨 둘 것
권고를 받은 단계에서든 이미 그만둔 뒤에든, 기억보다 기록이 힘이 됩니다.
- 사직을 권유받은 날짜·장소·참석자·들은 말을 그날 바로 메모해 두세요. 나중에 작성한 진술서보다 당일 기록이 신뢰를 얻습니다.
- 면담 녹음, 문자, 메신저, 메일처럼 남는 자료를 보관하세요. 본인이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 녹음에 해당하지 않습니다(같은 법 제3조 제1항, 제14조 제1항).
- 거부했을 때 어떤 불이익을 예고받았는지, 실제로 대기발령이나 업무 배제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모으세요.
- 사직서 사본과 회사가 준 서류, 퇴직 처리 통보를 받은 화면을 남겨 두세요.
- 실업급여 신청 시점도 함께 생각하세요. 서둘러 신청하면 스스로 그만둘 의사가 있었다는 정황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구제신청과 병행한다면 순서와 진술 내용을 미리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업주가 지켜야 할 선
권고사직 자체는 위법이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권유를 넘어서는 순간입니다.
- 권유는 권유까지입니다. 거부한 직원에게 대기발령이나 보직해임으로 압박하면, 그 뒤에 받은 사직서는 자발적인 것으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일괄 사직서를 받아 두었다가 선별해 수리하는 방식은 쓰지 마세요. 사직할 의사가 없는 직원이 어쩔 수 없이 제출한 것으로 인정되면 해고로 판단됩니다.
- 사직서는 직원이 직접 사유와 날짜를 적게 하고, 위로금·퇴직일·이직 사유를 정리한 합의서를 함께 남기세요.
- 이직확인서의 이직 사유를 사실대로 적으세요. 경영상 필요에 따른 인원 감축이라면 그에 맞는 코드가 있고, 사실과 다르게 적으면 과태료 대상입니다.
- 고용유지지원금이나 고용촉진장려금을 받고 있다면, 고용조정으로 인한 이직이 있을 때 지원이 제한될 수 있으니 지원금 요건을 먼저 확인하세요.
-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따라 원직복직과 임금 상당액 지급, 또는 근로자가 복직을 원하지 않는 경우 금전보상 의무가 생기고, 구제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해고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500만원에서 3천만원 범위에서 정해지고, 최대 2년까지 매년 두 차례 부과될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33조, 같은 법 시행령 별표 3).
정리
권고사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사직서에 서명하기 직전입니다. 서명하고 나면 자진 퇴사로 정리되는 것이 원칙이고, 그 뒤에 조건을 되돌리거나 해고였다고 주장하기는 훨씬 어려워집니다. 제안을 받았다면 그 자리에서 답하지 말고 퇴직일·위로금·이직 사유를 확인해 합의서에 남기세요. 사업주라면 권유와 압박 사이의 선을 지키고, 합의 내용을 서면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뒤탈을 줄이는 길입니다.
함께 읽기
- 이미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부당해고 구제신청 3개월 기한, 절차와 준비서류 총정리
근거
- 근로기준법 제11조, 제23조, 제26조, 제27조, 제28조, 제30조, 제31조, 제33조
-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상시 4명 이하 사업장에 적용하는 규정), 별표 3(이행강제금 부과기준)
- 노동위원회규칙 제40조(신청기간 기산일), 제51조(심문회의), 제64조(금전보상 신청)
- 고용보험법 제58조(이직 사유에 따른 수급자격의 제한), 제118조(과태료)
-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2(수급자격이 제한되지 아니하는 정당한 이직 사유)
- 고용보험법 시행령 제19조(고용유지지원금), 제26조(고용촉진장려금)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4조
- 대법원 90다11554, 93누16185, 91다43138, 99두8657, 2002다11458, 2005다38270, 2016다255910, 2022두576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