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회사는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 문제는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이 대표일 때입니다. 조사를 맡을 인사팀도, 결과를 보고받을 결재선도 모두 그 사람 아래에 있습니다.
외부에 조사를 맡겼더라도 신고된 대표가 조사 범위를 제한하거나, 보고서 수정을 지시하고, 최종 결재까지 한다면 객관성에 대한 의문은 남습니다. 이 글은 이런 상황에서 조사·보고·결재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은 원칙적으로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임원이라는 직함만으로 곧바로 법상 사용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실제 권한과 업무에 따라 판단합니다.
2026년 7월 개정 매뉴얼의 핵심
고용노동부는 2026년 7월 2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 개정 내용을 발표하면서, 사용자가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해 이른바 '셀프조사'를 원칙적으로 방지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위원회의 기피·회피 절차를 명확히 하고, 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권고한 내용도 함께 들어갔습니다.
매뉴얼은 행위자가 사용자인 사건에서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외부 전문가나 기관이 참여하도록 하거나, 조사·보고·결재 과정에서 행위자인 사용자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본문에 인쇄된 쪽수 기준 85쪽). 대표이사가 행위자인 경우에는 감사가 조사를 직접 실시해 이사회에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그 감사가 회사 비용으로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거나 외부 기관에 의뢰하는 방법을 예시로 듭니다.
외부 기관 위탁이나 감사·이사회를 통한 처리 체계가 모든 사업장에 일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매뉴얼의 권고입니다. 다만 지체 없이 객관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는 의무는 법에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그 방식으로 객관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조사자와 보고 경로를 정합니다
조사자를 외부에서 찾는다고 저절로 객관성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아래는 미리 정해 두면 절차에 대한 불신과 불필요한 다툼을 줄일 수 있는 사항입니다.
- 조사자의 중립성 — 회사와 자문 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 부적격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해당 사건에서 행위자를 대리했는지, 기존 대응에 관여했는지, 조사 결론에 영향을 줄 이해관계가 있는지입니다. 기피·회피 사유가 없다는 점을 서면으로 남겨 둡니다.
- 신고자의 의사 — 매뉴얼은 외부 기관을 선정할 때에도 신고자의 의사를 존중하도록 강조합니다. 선정 과정에서 의견을 듣는 것이 좋습니다.
- 조사 범위와 일정 — 신고 내용에 따라 범위와 일정을 정해 당사자에게 안내하고, 조사 중 관련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 범위를 조정합니다.
- 보고 경로 —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이 결재선에 있다면 그 경로에서 빼야 합니다. 감사나 이사회로 보고 경로를 바꾸는 것이 매뉴얼의 예시입니다.
- 비밀 유지 —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않을 의무가 있습니다(제76조의3 제7항). 외부 조사자에게도 계약서에 같은 의무를 명시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보고·결재 권한에서 배제한다는 것이, 신고된 대표에게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자료를 제출할 기회까지 주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의 진술을 듣는 것은 조사의 일부입니다.
조사 중에도 보호조치가 필요합니다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보호조치를 미룰 수는 없습니다. 조사기간 중에도 필요한 경우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다만 그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제76조의3 제3항).
대표가 지휘권을 가진 사건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중요합니다. 조사 중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가 대표의 지시를 계속 받게 된다면, 보고 라인을 바꾸거나 업무 지시 경로를 조정하는 방법을 먼저 정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 조치를 합니다
개정 매뉴얼은 조사 결과와 판단 근거를 신고인에게 설명하도록 권고합니다. 다만 결과를 설명할 때도 피해자와 참고인의 개인정보,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은 보호해야 합니다. 설명의 범위와 방식, 자료의 열람·제공 범위를 구분해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사보고서나 진술서 원문을 제한 없이 공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괴롭힘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같은 조치를 해야 합니다(제4항). 행위자에 대해서는 지체 없이 징계나 근무장소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되, 그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제5항).
대표이사에 대한 조치는 일반 직원의 징계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조치의 종류와 회사 정관에 따라 이사회나 주주총회 등 권한 있는 기관이 결정해야 합니다.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하는 것과 이사의 지위 자체를 해임하는 것도 구분됩니다. 매뉴얼의 이사회 보고·의결 체계는 그 예시이고, 매뉴얼에 실린 취업규칙 표준안 예시 조항(제14조, 147~148쪽)은 주주총회 의결 사항이라면 임시총회를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사업장이나 감사·이사회가 없는 회사라면 이 예시가 그대로 맞지 않으므로 별도의 설계가 필요합니다. 취업규칙만으로 회사 기관의 권한 배분을 바꿀 수는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제재는 따로 확인해 둡니다
일반 근로자의 괴롭힘 행위 자체는 제116조 제1항의 과태료 대상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인 근로자가 한 경우는 다릅니다.
| 행위 또는 의무 위반 | 제재 |
|---|---|
|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족인 근로자의 괴롭힘 | 1천만원 이하 과태료(제116조 제1항) |
| 조사 의무 위반(제76조의3 제2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확인 후 피해자 보호·행위자 조치 의무 위반(제4항·제5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조사 과정 비밀 누설(제7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제6항) |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
시행령 별표 7의 부과기준을 보면 사용자가 1명에게 수차례 하거나 2명 이상에게 한 경우 1차 500만원, 2차부터 1천만원이고, 친족인 근로자는 1차 200만원부터입니다. 1차·2차는 괴롭힌 횟수가 아니라 최근 1년간 같은 위반행위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전력에 따른 구분입니다. 친족은 배우자와 4촌 이내의 혈족·인척을 말합니다(시행령 제59조의3). 고용노동부 매뉴얼(본문 19쪽)은 제116조 제1항의 괴롭힘 과태료가 회사가 아니라 가해 행위를 한 개인에게 부과된다고 설명합니다.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는지 판단할 때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나온 대법원 판결이 참고됩니다. 이 판결은 조사 참여자가 비밀을 지키고 공정성을 잃지 않아야 하며 사용자는 이를 지키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고, 불리한 조치인지는 조치의 시기와 경위, 그 전에 다른 사유가 있었는지, 불이익의 정도, 통상적이지 않거나 차별적인 처우인지 등을 함께 보아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고용노동부 매뉴얼은 제76조의3 제6항의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도 이 판결을 기준으로 삼을 만하다고 설명합니다(91쪽).
지금 점검할 것
- 취업규칙에 사용자가 행위자인 경우의 조사 경로와 기피·회피 조항이 있는지(취업규칙 작성·신고 의무는 상시 10명 이상 사업장에 적용됩니다)
- 조사 담당자가 대표의 직접 지휘를 받는 자리인지, 보고와 결재 경로에서 대표를 뺄 수 있는지
- 조사 중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의 업무 지시 경로를 어떻게 조정할지
- 조사 결과를 설명할 범위와 자료 열람·제공 기준을 정해 두었는지
- 대표이사에 대한 조치를 결정할 기관이 정관상 어디인지
절차를 미리 마련해 두면 신고 후의 혼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미 신고가 접수됐다면 기존 규정을 먼저 확인하고, 행위자로 지목된 사람의 관여를 차단할 조사·보고 체계를 신속히 정해야 합니다. 매뉴얼도 구체적인 사전 규정이 없는 경우 신고자의 의사를 수렴해 조사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안내합니다. 절차를 정비한다는 이유로 조사와 필요한 보호조치를 늦춰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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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제76조의3, 제93조 제11호, 제109조 제1항, 제116조 제1항·제2항
-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59조의3(친족의 범위), 별표 7(과태료 부과기준)
- 고용노동부 보도자료 「직장 내 괴롭힘, '셀프조사' 막고 판단 기준은 더 명확하게」(2026. 7. 2.)
-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매뉴얼」(2026. 7.) — 본문에 인쇄된 쪽수 기준 19쪽(과태료 부과 대상), 85쪽(사용자가 행위자인 사건의 조사), 91쪽(불리한 처우 판단), 94쪽(조사보고서 공개 범위), 146~148쪽(취업규칙 표준안 예시 조항)
- 상법 제385조 제1항, 제389조 제1항
-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직장 내 성희롱 사건)
